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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바이올리니스트 김덕우, "음악을 즐겨주시는 청중에게서 에너지를 얻어요"

  • 작성일  2019-09-11
  • 조회수  6391

[위드인뉴스 차시현]

"저는 관객 분들이 클래식 음악을 즐기시는 모습에서 얻는 에너지가 굉장히 커요. 그러다 보니 순환이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연주자인 저는 감정 전달을 하려고 하고 관객 분들은 그걸 느껴서 다시 저에게 에너지를 주고요."

서울시립교향악단, 콰르텟, Club M 등 오케스트라와 실내악, 솔리스트 활동까지 활발한 연주 활동과 SNS를 통해 클래식 팬들과의 소통으로 ‘클래식계의 아이돌’로 활동하고 계신 바이올리니스트 김덕우를 만났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덕우는 줄리어드 음악원 예비 학교와 학사 및 석사를 졸업(사사 강효), 삼성문화재단상과 Charles Petscheck상을 수상하였고, 워싱턴 도로시 판헴 포이어 콩쿠르와 버지니아주 콩쿠르에서 우승 및 입상했다. 또 세계적인 지휘자 데이비드 진맨의 지휘 아래 아스펜 국제 음악제 오케스트라, 세인트 폴 앙상블, 줄리어드 오케스트라, 서울시립교향악단 등 수많은 단체와 협연하며 솔리스트로서도 입지를 다진 연주자이다.

1773년산 G.B. Guadanini를 사용하는 김덕우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제2바이올린 수석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겸임교수이자 서울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는 것과 동시에 하트하트 오케스트라 재단의 발달장애 학생들과 매년 정기 연주 및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사회 공헌에도 힘쓰고 있다.

끊임없는 관객과의 소통을 하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덕우는 어떤 음악가일까? 몇가지 질문을 던져보았다.

 

 

‘연주자 김덕우’는 어떤 사람인가 궁금합니다. 기본적인 질문부터 시작하자면, 어떻게 바이올린(음악)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글쎄요, 사실 저는 피아노를 원래 먼저 했었어요. 네, 다섯 살 때 피아노가 너무 좋아서 하루 종일 연습했었어요. 부모님께서는 제가 피아노에 재능이 있는 줄로 생각하셨었지만 아니었어요. (웃음)

그러다가 바이올린을 접하게 됐어요. 장난감 같이 접했다가 이 바이올린 소리가 너무 좋은데 킬 줄을 몰랐던 거예요. 그래서 바닥에 악기를 놓고는 톱질하듯이 연주를 했었어요. 어머니가 이 소리를 견디기 힘들어하셔서 ‘학원에 보내야겠다’ 하시고는 보내주셨어요. 그렇게 우연하게 시작하게 되었죠.

지금까지 해온 그리고 앞으로도 펼쳐질 활발한 음악 활동의 원동력이 궁금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음악가로서 항상 꿈이 단 한가지였어요. 제가 연주하는 곡이 기쁠 수도 있고 슬플 수도 있고 수많은 감정이 담겨 있잖아요. 제가 연주를 했을 때 상대방에게 전달이 되어서 제 감정과 똑같이 느낄 때, 그걸 딱 느끼는 순간 음악적 꿈을 이루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걸 제가 매번 하고 있어요.

그렇게 감정전달을 잘해서 관객들이 좋아하고 작곡가들이 써주신 곡이 전달이 잘 되는 것에 있어서 만족감을 얻어요. 그리고 항상 힘들다가도 연주 때 제 자신이 해내는 모습을 보고 다시 제 자신에게 힘을 얻어요.

또 공연에 와주시는 분들께 정말 감사해요. 저는 관객 분들이 클래식 음악을 즐기시는 모습에서 얻는 에너지가 굉장히 커요. 그러다 보니 순환이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연주자인 저는 감정 전달을 하려고 하고 관객 분들은 그걸 느껴서 다시 저에게 에너지를 주고요.

지금까지 하셨던 연주들을 보면 부르흐 콘체르토, 그리그 소나타 등의 자신의 가장 자신 있는 레퍼토리로 자리 잡은 곡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탱고 분야의 연주도 하시는 등 다양한 분야의 연주도 하셨고요. 자신의 강점을 드러내기 좋은, 스타일에 맞는 곡과 스타일에는 맞지 않으나 매력적인 곡이 있을 때, 도전을 해야 하는 곡이 있다면 선호하는 스타일은 어느 쪽이신가요?

저는 제가 자신 있는 곡을 하고 싶어요. 음악인으로서도 제대로 전달을 해야 하는 책임감이 있기 때문에 잘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똑같은 것만 할 수도 없어요. 저는 매 시즌마다 새로운 장르나 새로운 곡을 항상 선보여요. 제가 항상 해오는 곡들이 브람스, 그리그 소나타 등 대중적으로 친근한 곡이었는데 거기에 추가로 항상 선보이는 새로운 곡들이 있어요. 저번 시즌에 르 그랑 탱고도 선보였고요. 서울시향과의 첫 협연으로는 모차르트 콘체르토도 했었어요. 이번 10월에 있을 리사이틀에는 바로크 시대 음악인 비탈리 샤콘느도 해요. 모차르트 소나타도 하고요. 큼직하고 로맨틱한 열정적인 곡에 추가로 제가 도전해보고 싶은 어려운 새로운 장르도 넣어서 해보고 있어요. 그리고 더 나아가서 음악적으로 성숙했을 때는 바흐의 음악을 제대로 도전해보고 싶어요. 그게 음악인으로서의 가장 큰 목표예요.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바흐는 입시곡으로 빠지지 않는 레퍼토리잖아요.

네 맞아요. 바흐 입시곡으로 보는 이유는 연주의 가장 기본적인 면을 보기 위함이에요. 바흐의 음악은 꾸밈이 없고 굉장히 수학적으로 완벽하게 써져 있어요. 그래서 오히려 무언가를 더 하려고 하면 그 틀이 무너져서 음악의 맥이 끊기기도 해요. 그래서 느낌을 굉장히 잘 살리는 것이 중요해요. 기본적인 것을 지키는 것이 가장 어렵잖아요.


아직 해보지 못한 곡 중에 도전해보고 싶은 곡이 있다면?

 저는 사실 모든 곡들을 좋아해요.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곡이라고 하기 보다는 그 작품에 써져 있던 배경 혹은 그 때 시대로 한 번 돌아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커요.그래서 여행을 자주 다니고 있는데, 듣고 보는 것에도 배우는 것이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위대한 작품들이 써져 있었던 환경, 역사적 배경을 글로만 배우지 직접 살아보지는 못했잖아요.

직접 느껴야지만 감정 표현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유럽은 그 배경이 굉장히 잘 보존이 된 상태예요. 그래서 직접 가서 영감을 많이 받아요. 사람들이 하루를 살아가는 모습, 밥을 먹는 모습 등 그런 사소한 모습에서조차도 많은 배움과 영감을 얻어요. 그 사람들이 어떻게 그 곡을 쓰게 되었는지 시대를 제대로 배워보고 싶어요.


무대에 오르기 전 또는 곡을 시작하기 전 어떤 생각을 하는지, 긴장을 하신다면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어떻게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저는 매 연주마다 긴장을 해요. 저는 한 명이 있던 천 명이 있던 긴장을 해요. 긴장을 하면 손이 떨리고 몸이 굳어요. 그렇지만 우리의 일상인 칫솔질과 같은 행동은 떨리지 안잖아요. 칫솔질을 하듯 그 곡이 제 것이 되게끔 충분한 연습을 미리 해놓아요. 저희는 사실 기회가 한 번뿐이잖아요. 그래서 연주 전에는 정말 몸이 충분히 풀려 있어야 해요. 기본적인 연습으로 엄청 몸을 풀어주어야 떨어도 실수를 덜해요.

그리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려운 것들을 하다 보면 틀릴 수도 있어요. 하지만 틀리지 않고 해냈을 때 오는 엄청난 성취감이 있어요. 그래서 내가 해냈다는 그 순간을 생각하고 어차피 떨리는 것은 똑같으니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 ‘이 부분은 제대로 하자’ 또는 ‘원하는 음악적 표현, 이것 하나만 제대로 하자’, ‘난 할 수 있어’ 라고 되뇌곤 합니다. 또 우리 Club M 멤버들과 연주 전 기도를 하고 들어가요.

기도, Club M 멤버들과 서로 의지도 되고 그리고 기도를 하면서 마음의 의지가 될 것 같아요.

네 맞아요. 서로 의지를 하고 혼자 연주를 하게 되어서 혼자 있어도 꼭 기도를 하고 들어가요. 마음의 의지가 되기도 하고, 그렇게 하고 나면 저 스스로도 독해지기도 하더라고요. (웃음)

하트하트오케스트라 마스터 클래스 등 사회 공헌 및 음악 교육, 또 대학에 출강하시면서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계시는데, 자신의 음악 교육관, 가치관이 궁금합니다.

교육에 있어서는 제가 사실 나이가 엄청 많은 편은 아니잖아요. 제가 누구를 가르칠 여유, 능력이 될까 싶어서 오래 기다려왔어요. 교육에 있어서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학생들의 음악적 나날을 책임지는 일이기에 섣불리 출강하고 싶어서 바로 한다든지 이 일을 허투루 생각한 적이 없어요. 요즘에는 콩쿠르 심사도 다니면서 많은 학생들의 연주를 듣는데, 젊은 친구들을 보면 끼가 많아요. 하지만 그것을 표현을 잘 해냈으면 좋겠어요. 억눌려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당연하게 평소 인간 관계에 있어서 의사표현은 가려서 해야 하지만, 음악에는 가사가 없으니 표현, 표출을 해야 하고 그 표현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저도 계속해서 배워가고 있지만 제 다음 세대가 표현에 있어서 더욱 더 자유로웠으면 합니다. 또한 학생들에게 기본적인 틀이 어떤 것보다도 중요하지만, 음악에 있어서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마음껏 하라고 이야기해줘요. 그 틀에만 벗어나지 않으면 하고 싶은 음악, 스타일 마음껏 너의 개성을 표현하라고 해줘요. 그게 제 가치관입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에 10년 이상을 몸담아 오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협연자가 있나요?

가장 인상 깊었던 분은 정명훈 선배님? 제가 10년을 정명훈 선배님과의 시간을 보냈는데 가장 행복했고, 제가 오디션을 본 것도 선생님이 지휘를 하셔서 보았고요. 선배님과 함께한 10년이란 시간이 너무 행복했고, 많이 배웠어요.

협연자로 꼽은 이유는 지휘도 피아노로 협연을 하실 때가 있었어요. 지휘봉 안에서 오는 메시지 이외의 것들이 있어요. 말로 표현하기가 힘든데, 저는 제가 되게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 외에도 깊이가 있고, 또 까보고 까봐도 음악이라는 것은 깊이가 끝이 없더라고요. 음악은 끝이 없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해 주시는 것 같아요. 자연 앞에 사람이 하찮게 느껴지는 것처럼 위대한 음악 앞에서 우리, 인간이 너무 작게 느껴지는 것을요. 구닥다리처럼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인데도(웃음), 그게 진짜 감명 깊어요.

또 안네 소피 무터, 그 분이 기억나요. 얼마 전이었어요. 작년 12월 도이치 그라모폰 120주년 때 오셔서 부르흐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협연을 하셨어요. 제가 또 그 곡을 워낙 좋아하시니까 유심히 들었는데, 평소에는 CD로만 듣다 보니 잘 모르잖아요. 저희는 표현을 이만큼 하면 전달이 되겠지 생각을 하고 연주를 하잖아요. 그런데 그 분의 연주를 실제로 들으니까 이 표현, 다이나믹에 있어서 피아니시모(pp)부터 포르테시모(ff)까지 그 폭이 생각보다도 더 어마어마하게 넓으신 분이세요.


영상만 봐도 압도가 되는 힘을 지닌 분 같아요.

네 실제로 보면 더해요. 오케스트라 전체가 압도가 돼요. 정말 무대 장악력이 엄청난 분이세요. 너무 멋있어요.
 

그렇다면 반대로 솔리스트로서 협연을 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오케스트라는?

저는 하트하트오케스트라에 굉장히 큰 감명을 받았어요. 제가 지금도 그 친구들을 너무 좋아해요. 장애가 있어 몸이 불편한데도 정말 자기가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고 연주를 해요. 귀가 열려있는 친구들이에요.

협연을 할 때는 반주를 하는 오케스트라가 협연자의 음악적 표현을 따라오지 못하고 가만히만 연주하고 있으면 답답할 수가 있어요. 그런데 이 친구들은 전공자같이 잘하진 않아도 제가 음악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엄청난 자유를 줘요. 그만큼 제 연주를 듣고 귀로 따라와요. 조금이라도 표현을 더 하려고 하면 바로 음악적으로 반응을 해요. 그게 정말 오케스트라 협연에 있어서 중요한 면이거든요. 그래서 그 친구들과 함께 연주를 하면 ‘귀를 열고 연주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 인상 깊었어요.


솔로 연주를 할 때와 오케스트라 연주를 할 때 다른 활을 쓴다는 것 그리고 연주 스타일도 다르다고 하는데 다른 스타일대로 많은 준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또 많은 연주일정 사이로 틈틈이 어떤 식으로 준비하는지, 연습 시간은 얼마나 할애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네, 사실 지금 학교에 출강도 하고 서울시립교향악단 수석으로 자리하고 있고 여러 실내악 팀 그리고 솔리스트로도 연주 일정이 많아서 연습 시간이 정말 없어요. 그래서 틈틈이 연습해요.

그래서 레슨을 하면 레슨 사이로 빈 시간들이 있는데 그 사이로 틈새 연습을 해요. 또 머릿속으로 그 음악을 계속 생각하고요. 두, 세시간 정도 시간이 나면 정말 집중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박자와 음정을 체크하고 단점이 무엇인가 항상 생각하고 체크해놓아요. 옛날에 연습을 하루 종일 하게 될 때에는 오히려 나태해지기도 했었어요. (웃음) 연습을 조금하다가 핸드폰도 하게 되고.

그런데 이렇게 바쁠 때는 최대한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고 해요. 이전에도 브루흐 협주곡 리허설을 끝내고 따로 연습을 하기도 했고요.

 

오케스트라와 협연 이 두 가지를 병행하게 되면서 곡에 대한 이해도가 더욱 깊으실 것 같습니다. 본인만의 곡을 익히고 공부하는 것에 특별한 접근 방법이 있을까요?

저는 기본적인 것을 되게 천천히 조급하지 않게 하려는 편이에요. 조급하다고 해서 빨리 가려고 하면 할수록 늦게 도착하고, 차분히 느리게 가야지 목적지에 오히려 더 빨리 도착한다고 생각해요. 기본적인 연습, 천천히 음정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조급하더라도 조금만 참자’ 생각하면서 기본적인 것을 주로 연습합니다. 작곡가나 피아노 반주 부분에 대해서도 틈틈이 공부하면서 작품의 영감을 받되, 기본적인 테크닉을 먼저 지키려고 해요.

오케스트라나 실내악은 주변 연주자들과 같이 가는 것이잖아요. 하지만 그런 연주들과는 달리 솔리스트는 굉장히 외로워요. 이번에도 부산에서 협연 연주가 있었는데, 부산에 3일 동안 있으면서도 주위에 친구도 없고 할 것도 연습밖에 없으니 굉장히 외로웠어요. (웃음)

또한 제가 오케스트라 활동과 솔리스트를 병행하고 있는 부분은, 최근에도 부르흐 협주곡으로 연주를 많이 다니고 있는데 솔리스트로 협연을 하면서 반주를 듣고 다시 반주를 해보고 하는 경험을 통해 ‘아 이렇게 하면 조금 더 좋겠다’와 같은 새로운 배움이 있어요. 그러면 다시 오케스트라에 돌아가서 뒤에 자리하고 계시는 단원 분들께 ‘이렇게 하면 더욱 편하게, 더욱 잘 연주할 수 있다’ 이렇게 조언을 해줄 수도 있고, 굉장히 좋은 경험들이에요. 
 

실내악 연주도 활발히 하고 계세요. 그 중 '클럽엠’을 통해 실내악의 매력까지 클래식을 알리고 있으신데요. Club M(클럽엠), 이 팀이 ‘클래식계 어벤져스’라는 별명이 있습니다. 다양한 능력의 영웅이 뭉쳐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것처럼 다양한 악기가 모여 다채로운 음색으로 각자의 매력을 뽐내기도 하고, 하나로 조화를 이루는 매력을 지닌 팀, 그래서 ‘클래식계 어벤져스’라는 별명이 붙을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자신이 어벤져스라면(또는 다른 영웅) 어떤 영웅과 닮은 것 같은지, 그 캐릭터와 닮은 점은?

글쎄요, 어떤 영웅이 어울리는 것 같나요?


저는 아이언맨이 떠오르는데요. 바이올린이 고음을 담당하기도 하는 만큼 아이언맨이 비행도 하고 되게 다양한 기술로 매력을 뽐내거든요. 리더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요. 그런 모습과 닮아있다고 생각이 들기도 하고, 또 가장 인기가 많은 캐릭터기도 합니다. (웃음)

그럼 그 캐릭터, 아이언맨으로 할래요. (웃음)


어벤져스 외에도 어떤 능력을 가진 영웅이었으면 좋겠다 생각하신 적이 있나요?

음, 영화 <엑스맨>에서 색이 확확 바뀌는 캐릭터가 있지 않나요? (엑스맨의 미스틱: 자신이 원하는 모습대로 변신할 수 있는, DNA와 목소리까지 복제 가능한 캐릭터) 그 캐릭터처럼 다양한 색을 보여주는 연주자가 되고 싶어요.

 

SNS로 많은 클래식 팬들과 소통하고 있는데, ‘치간느’에서 피치카토 부분을 ‘병 따는 소리’, 바르톡의 ‘루마니안 댄스’를 ’레몬 과즙이 팡팡 터지듯’이라고 표현하는 등 친근한 표현으로 공감을 이끌어내기도 하시는 것에 굉장히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 노력하시는 것 같아요. 반대로 대중들은 어떻게 클래식 음악에 접근했으면 좋겠는지 개인적인 의견이 궁금합니다.

제가 노력해서 SNS로 젋은 분들과의 소통을 하려고 하는 이유가 클래식이라고 하면 부모님 세대가 많이 듣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공연장을 연주를 하며 다니다 보니까 생각보다 젊은 분들이 많았어요. 그분들께서 오시는 이유가 뭔지 사실 궁금했어요.

클래식 음악이 사실 ‘옛날 노래 같은, 가사가 없다, 감정으로 느껴야 하는, 트레이닝이 필요한 분야’, 이런 어떻게 보면 재미가 없다고 느껴질 수 있는 분야잖아요. 그런데 연주를 매번 하면서 관객을 만나면 생각보다 너무 반대인 거예요. 젊은 관객 분들도 많더라고요.

SNS에 ‘치간느’의 피치카토 부분을 ‘병 따는 소리’라고 표현하는 것도 제가 연주를 하면서 그렇게 느끼기도 하고 관객 분들도 일치하는 느낌을 받는 것에 있어서 기분이 좋아요. 하지만 클래식 애호가가 아닌 분들이 음악을 들었는데 제가 아무리 기쁜 감정으로 연주를 했어도 본인에게는 슬픈 감정으로 와닿았다면 그게 맞아요. 그저 느껴지는 그 느낌 그대로 재미있게, 순수하게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애호가라면 더 깊게 들어가실 수 있지만 그냥 음악을 즐기시는 분들은 순수하게 필터링 없이 그냥 들리는 대로 느낄 수 있으셨으면 좋겠어요. 그 표현들이 그대로 전달이 되어서 청중 분들께서 충분히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최근에 '수많은 감정을 청중에게 전달하는 것, 청중이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이 들 때 음악적 꿈이 이뤘다고 생각한다'고 SNS에 언급하셨어요. 그만큼 연주에 집중을 잘 하시기에 그러한 교감,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연주에 집중을 하는, 집중을 유지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집중력 유지라 하면 체력적으로 문제가 없어야 해요. 항상 음악을 끝까지 끌고 가야 하는데 이 집중이 흐트러지지 않기 위해서는 협주곡 같은 경우도 1악장부터 3악장까지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흐트러지면 안되잖아요. 1악장에서 체력을 다 써버려서 뒷부분의 음악이 무너지면 안되니까요.

그래서 저는 이 음악을 끝까지 끌고 가기 위해서 체력조절을 조심해서 해요. 연주 전까지 리허설 사이 대기실에서 언제 옷을 갈아입을 것인지, 언제 자고 언제 쉴 것인지, 힘 사용을 얼만큼 할 것인지 최대한 구체적으로 구상, 계산하곤 해요. 음악은 긴장감이 끝까지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10월에 개인 리사이틀이 예정되어 있으신데, 어떤 연주를 계획하고 계신가요?

이번 공연의 포인트는 공연장에 집중되어 있기도 해요. 서울 외에도 좋은 음향의 공연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 동안 서울에서만 리사이틀을 진행해왔는데, 사실 서울 외의 지역에서 리사이틀을 하는 것이 처음이에요. 서울을 벗어나서 좋은 홀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그 지역 분들을 만난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이번 공연은 성남의 티엘아이 아트센터에서 하게 되었어요. 제 주요 무대 인 서울을 떠나서 다른 좋은 공연장에서 연주를 하게 되는 기회가 굉장히 뜻 깊어요. 또 그 외에도 부산에서 리사이틀을 불러주셔서 하게 되었는데 이렇게 다른 지역에서 저를 불러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프로그램은 청중 분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서 팬페이지에서 도와주셔서 설문조사를 진행했어요. 계속 해왔던 그리그 소나타를 많이들 원하셨고, 저 또한 새로운 관객들에게 편하게 들으시도록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또 모차르트도 소나타도 넣었는데요, 1부의 이 두 곡이 모두 단조(minor) 소나타예요. 이제 가을인 만큼 가을 감성으로 곡을 구성하고 싶었어요. 이번에 연주하는 모차르트 소나타의 2악장도 모차르트의 곡 중에서 가장 슬픈 느낌을 지녔어요. 모차르트가 이렇게 슬픈 곡을 작곡했다니 싶었죠. 

2부의 나머지 곡들은 제 모습을 간략하게 소품곡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앙코르 곡으로도 많이 쓰이는 짧은 소품곡, 화려한 기교를 충분하게 보여줄 수 있는 곡들로 구성했어요.
이번 연주가 어떻게 보면 처음 연주해보는 홀이다 보니 ‘쇼케이스’ 같은 느낌이에요. 음향이 워낙 좋은 홀이라고 해요. 그런 좋은 홀에서 좋은 곡들과 좋은 연주로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저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클래식 팬들 그리고 음악가를 꿈꾸고 노력하는 학생들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면?

사실 모든 음악가들에게도 적용되는 것인데, 음악이라는 것이 해답이 있는 것이 아니에요. 모든 음악 하시는 분들의 음악이 존중을 받아야 해요. 이 연주는 좋고 나쁘고 이렇게 개인적으로 판단은 내릴 수도 있지만, 편을 나누는 연주보다는 모두가 자기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연주를 찾아가고, 본인이 느끼는 그 느낌 그대로 그 음악을 충분히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웃음)

뛰어난 바이올린 실력과 더불어 행복한 에너지까지 뿜어내는 연주자, 김덕우. 연주를 듣는 이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힘을 지닌 음악가로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