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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베토벤은 꼭 넘어야 할 산…大家란 군더더기 사라진 경지"

  • 작성일  2019-08-02
  • 조회수  5816

동양인이래. 그것도 여자애.” 1989년 11월 미국 뉴욕 링컨센터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수군거렸다. 요절한 미국의 천재 피아니스트 윌리엄 카펠을 기리는 국제 콩쿠르 우승자에게 특전으로 주어지는 독주회였다. 이전 3년간 콩쿠르 1위가 공석이었기에 관심이 더 집중됐다. 담담한 표정으로 피아노 앞에 앉은 ‘동양 여자애’의 연주는 객석의 호기심을 감탄으로 바꿔놨다.

피아니스트 백혜선(54·사진)의 첫 국제무대였다.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은 그를 전화로 만났다. 백혜선은 지난해부터 자신의 모교인 미국 뉴잉글랜드음악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보스턴에 머물고 있다. “방학인데 각종 페스티벌과 뮤직캠프에서의 레슨으로 더 바쁘다”는 그의 목소리는 현지시간으로 자정이 훌쩍 넘었는데도 생생했다.

전석 매진에 미국 유력 일간지의 호평을 받은 백혜선의 ‘첫 무대’는 위암 투병 중이던 그의 아버지가 관람한 ‘마지막 공연’이었다. “‘여자가 무슨’이라며 유학을 반대했던 아버지가 연주회를 보러 오셨죠. 연주회가 끝나고 비로소 저를 인정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