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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춤추듯 밀고 당기고… 악기 하나로 탱고를 주름잡다

  • 작성일  2019-07-10
  • 조회수  6023

흥겨우면서도 아련한 탱고 연주 현장에 꼭 등장하는 악기. 주름통에 여러 개 버튼이 달린, 검은색 정장조끼 차림의 연주자가 어울릴 듯한 악기. 바로 ‘반도네온’이다.
반도네온 연주자 고상지(36)가 ‘피아졸라의 천사와 악마’를 주제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19, 20일 콘서트를 연다. 탱고 댄서 두 명과 공중서커스 전문가 두 명이 함께하는 공연이다. 

고상지는 KAIST에서 토목공학과 산업디자인을 전공하다 2005년 탱고 연주자 파블로 지글러(75)의 내한공연을 보고 반도네온에 매료됐다. 대학을 그만두고 독학으로 악기를 익힌 뒤 일본 연주자 고마쓰 료타에게 배웠고, 2009년에는 아르헨티나로 건너가 2년간 연주학교에서 수학했다. 클래식 및 대중음악 연주자들과의 협업을 비롯해 풍성한 활동을 펼쳐온 그는 올해 2월 대관령겨울음악제 폐막공연이었던 음악체험극 ‘겨울나그네’에서도 반도네온 연주자로 참여해 서정적이면서도 쓸쓸한 감성을 잘 살려냈다는 평을 받았다. 

그에게 먼저 공연 주제인 ‘천사와 악마’에 대한 설명을 부탁했다.
“피아졸라는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 전반까지 ‘천사 모음곡’ 다섯 곡과 ‘악마 모음곡’ 세 곡을 썼습니다. 천사의 죽음, 천사의 부활, 악마의 로맨스 같은 제목들이 붙어있죠. 가톨릭 신앙을 가졌던 그는 ‘우리 안에는 악마와 신 둘 다 있다. 두려울 때는 기도를 한다. 비행기 탈 때만 두렵지만’이라고 얘기했죠.”(웃음)

그는 탱고의 특색을 살리는 편곡에 유독 공을 들여왔다. 이번에는 어떤 점에 초점을 맞췄을까. 
“밴드 멤버 가운데 피아노를 치는 최문석 씨가 재즈와 전자사운드에 능해서 그 쪽으로 두드러진 음악이 됐습니다. 더 재즈풍으로, 펑키하고, 일렉트릭 사운드로 모던하게 표현한 피아졸라를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는 이 공연을 위해 에어리얼리스트(공중서커스 전문가) 김주영과 오래 계획을 짰다. 탱고 댄서였던 김주영은 미국에서 공중서커스를 배워 탱고와 공중서커스가 결합한 공연을 선보여 왔다. 이번 공연 콘셉트도 김주영이 제안했다. “제목이 천사와 악마잖아요? 천상에서는 공중서커스가, 지상에서는 탱고가 펼쳐지는 거죠.”

반도네온을 처음 보는 사람은 “아코디언이네”라고 하기 쉽다. 비슷하게 생겼지만 주법도, 느낌도 사뭇 다르다. 아코디언과 달리 반도네온은 키 하나만으로 화음을 낼 수 없다. 주름통에 압력을 주지 않고 키를 살짝 눌러도 쨍한 소리가 튀어나온다.

“탱고라는 장르는 반도네온만의 특별한 연주법을 개발하면서 둘이 함께 역사를 만들어 왔습니다. 특히 다리의 바운스를 이용한 스타카토 주법은 탱고의 독특한 특징을 이뤘죠. 또 악기의 주름을 사용하는 방법에 따라 탱고의 앙칼진 느낌이나 밀고 당기는 느낌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습니다.” 
 
공연은 19일 오후 8시, 20일 오후 7시에 열린다. 5만5000∼6만6000원.
30일에는 경기 성남시 티엘아이아트센터에서 기타리스트 겸 아코디어니스트 이자원과 공연한다. 반도네온과 아코디언의 차이를 보여주는 듀오도 선보인다. 3만 원.